재테크

국내 정유주 vs. 엑슨모빌

오일전문가 2022. 2. 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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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아래는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며 투자 결과의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정유주라고 할 때 S-OIL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상장되어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이제 정유/배터리 반반 기업으로 인식이 되고 GS의 경우 GS칼텍스 지분 50%만을 가지고 있는 지주사라 정유주 개념이 많이 희석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순수" 정유기업은 이제 S-OIL 뿐이다.

정유주에 투자를 원하는 사람 대다수는 아마 접근이 쉬운 국내 주식을 우선 고려할 것이다. 증권사 MTS를 통해 기업 관련 소식 및 정보를 신속하게 얻을 수 있는 데다가 양도차익세가 현재 사실상 없고(대주주 제외) 2023년 이후라도 연간 5천만원까지는 양도차익이 비과세 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주식의 경우 연간 양도차익 250만원까지만 비과세 되고 그 이상으로는 22% 과세가 되니 당연히 같은 정유주라면 국내 정유주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S-OIL과 엑슨모빌은 일반인이 보기에 같은 정유주로 보일 지라도 엄밀히 말하면 매우 다른 기업이다. 물론 두 기업 둘 다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업과(Refining or Downstream) 그 후단의 석유화학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엑슨모빌은 여기에 한 가지 사업을 더 하고 있는데 바로 업스트림(Upstream) 사업이다. 간단히 말해 엑슨모빌은 직접 원유를 (및 천연가스) 채굴 및 생산하는 반면 S-OIL 같은 경우는 직접 원유를 채굴/생산하지는 않고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대부분의 원유를 수입한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두 기업 둘다 (일시적인, 한번의) 원유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한다. 원유를 사고 나서 도입까지는 1-2 개월이 소요되는데 이 시간차 동안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회계상 재고평가 이익으로 처리한다. 원유 가격이 하락하는 반대의 경우에는 (일시적인, 한 번의) 재고평가 손실로 잡힌다. 원유 가격이 옆으로 횡보를 하면 별도의 재고 평가 이익/손실은 거의 없다.

원유 재고평가 이익/손실은 정유업(Refinfing)에 한해서이다. 엑슨모빌은 업스트림(Upstream)도 하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옆으로 횡보를 하더라도 원유 가격이 생산 손익분기점 위라면 지속적인 이익이 발생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S-OIL의 경우 원유 가격이 옆으로 횡보를 하면 별도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은 없다.

최근 원유 가격이 계속 올라 배럴당 $93불 수준이다. 앞으로 배럴당 $93 수준으로 1년 이상 계속 유지된다면 S-OIL과 엑슨모빌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까? 원유 가격의 상승으로 S-OIL은 한번의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하나 그 이후로는 원유 가격이 변동 없는 만큼 더 이상의 재고평가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엑슨모빌의 경우 높은 원유 가격에 따른 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WTI 원유 가격 차트

 

이번에 발표된 엑슨모빌의 2021년 4분기 사업별 순이익 비중을 보면 고유가가 전체 순이익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볼 수 있다 (64% 차지). 참고로 다운스트림은 정유업 그리고 케미칼은 석유화학업이다.

엑슨모빌 2021년 4분기 순이익 사업별 비중
엑슨모빌 전체 순이익 중 업스트림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정유주와 엑슨모빌의 두 번째 차이점은 바로 주주친화 정책 그리고 일관성 있는 배당 정책이다. S-OIL도 국내에서는 고배당 기업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배당성향이 꽤 높지만 배당금은 오락가락한다. 2019년 주당 200원 / 2020년 배당 0원 / 2021년 3,900원 (예상). 하지만 엑슨모빌의 경우 오일섹터 기업에게는 최악의 해였던 2020년에도 전년도와 같은  배당을 지급했다. 2021년에는 적은 금액이나마 인상했다. 2022년에는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또 한 번의 배당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관성 있는 엑슨모빌의 배당 정책

엑슨모빌은 지난달부터 자사주 매입을 재개했다. 약 10억 달러로 한국 원화로는 무려 1.2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한다고 한다. 2021년 작년 한 해 동안 실적이 좋았던 만큼 이 과실을 기업의 주인인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엑슨모빌의 모습은 아쉽게도 국내 정유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사주 매입하는 엑슨모빌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엑슨모빌

 

위 내용을 보고도 22%라는 양도차익 세율 때문에 여전히 국내 정유주와 엑슨모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싶다. 

여러분이 엑슨모빌 주식을 팔지 않는 한 양도소득세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향후 몇 년간 유가는 꽤 높은 수준을 이어가리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배럴당 $50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엑슨모빌의 원유 생산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35인만큼 2009년이나 2015년처럼 과도한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인한 경영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엑슨모빌 장기투자는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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