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회사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우연히 옆 레인에 있던 영국인 직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회사 생활은 어떻냐? 쿠웨이트 생활은 어떻냐?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정규직인지 아니면 계약직인지 물어봤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본인은 몇 년마다 계약이 갱신되는 계약직인데 가장 불만인 것은 회사가 의료비를 지원해주지 않는데 쿠웨이트 의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나도 사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 쿠웨이트에는 국립 병원과 사립 병원 시스템으로 나뉘어 있다. 외국인(Expat)의 경우 1-2년 체류비자를 갱신할 때마다 소정의 의료보험비를 의무적으로 납부하게 되어 있고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모든 사람들은 국립 병원에서 거의 무료에 가까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국립 병원에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고 대기 시간도 길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반면에 사립 병원을 방문하면 위의 의무 의료보험을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의료비는 매우 비싸다. 대기 시간도 아마 더 짧을 것이고 병원 자체도 아무래도 국립병원보다는 좋을 것이다. 아마도 그 영국인 직원은 국립이 아니라 사립 병원에 갔었을 것이다.
얼마 전 와이프가 몸이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종합병원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같이 다녀왔다. 의사는 불편한 점을 물어봤고 몸을 조금 살피더니 별일 아니라며 우선 약을 먹으라고 했다. 상담은 길어야 3-4분. 상담비로 20 KD가 청구되었다 (약값 포함). 오늘 환율로 약 8.8 만원이다. 그나마 상담비뿐이라 저렴하게 나왔다. 한국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이제는 저렴한 치아 스케일링의 경우 이곳에서는 40만원을 훌쩍 넘는다 (사립 병원 기준).
나는 다행히 회사에서 매년 민간 의료 보험을 제공해준다. 매년 아래와 같은 보험 카드가 우리 가족 4명 각각 지급되는데 아래 카드를 (사립) 병원에 제시하면 의료비뿐만 아니라 약값도 일괄적으로 병원과 보험사가 알아서 해결하고 나는 아무런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 한국처럼 개인이 모든 의료비를 우선 납부한 후 진료비 영수증, 진단서 등 각종 서류를 일.일.이. 병원에서 받아서 보험사에 일.일.이. 청구할 필요가 없으니 종이 낭비도 없고 일 처리가 훨씬 간단하고 효율적이다.
우리나라도 몰라서 간소화된 의료비 청구 시스템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관련 법안도 다 준비되어 있으나 여러 사안에 대해 지들 생각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집단의 끝판을 보여주는 아래의 쓰레기 집단 때문에 국민 모두가 후진국형 불편을 앞으로도 계속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아래와 같은 의료비 청구를 대행해주는 앱이 생겨서 예전보다는 의료비 청구가 훨씬 간단해지기는 했다. 종이로 일일이 다 받은 후 앱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된다. 이게 뭔 종이 낭비와 수수료 낭비인가. 우리에게는 수수료 낭비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수수료 장사겠지.
끝.
'중동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쿠웨이트 생활) 링컨 에비에이터 2023 (Lincoln Aviator 2023) (1) | 2023.01.08 |
---|---|
사우디아 항공권을 처음 사봤다. (Saudi Arabian Airline) (2) | 2022.12.17 |
나는 어쩌다 쿠웨이트 유전에서 일하게 됐나 (12) | 2022.08.23 |
(나는) 그래도 살기에는 쿠웨이트가 좋다. (6) | 2022.07.31 |
(쿠웨이트 생활) 텍사스 로드하우스 (Texas Roadhouse) (2) | 2022.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