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쿠웨이트에 사는 이유

나는 현재 쿠웨이트에 가족과 함께 6년째 살고 있다. 어렸을 때 꽤 긴 시간을 해외에서 살았던지라 언젠가 또 해외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하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쿠웨이트가 될지는 정말 몰랐다.

하여튼 어쩌다보니 중동의 작은 나라 쿠웨이트에 살고 있고 (내가 긍정적인지는 몰라도) 꽤 만족해하며 살고 있다. 물론 이곳 생활의 단점이나 어려움을 얘기하자면 정말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해하며 산다는 것은 장점이 수많은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일 것이다.

사막의 나라답게 이곳은 바람이 좀 분다 싶으면 여지없이 모래폭풍으로 돌변하고 운전 시 심할 때는 앞이 잘 안 보여 비상등을 켜가며 운행해야 할 정도다. 물론 이런 모래 폭풍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고 일년에 대락잡아 10번 미만 정도인 것 같다.

 

모래바람이 심하면 이 정도...

 

물론 날씨가 항상 안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정말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다.  겨울철에는 날씨도 선선하니 공원 같은 곳에 산책하기 딱 좋다.

 

쿠웨이트 알샤히드 공원에서

 

이곳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하면 역시 음식이다. 다행히 한국 슈퍼가 있어 라면이나 각종 식자재 등을 제한적으로나마 구할 수 있으나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돼지고기와 술은 불법이다. 물론 가끔 몰래(?) 돼기고기나 술을 구할 수 있으나 항상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이슬람 국가여도 UAE에서는 돼지고기와 술을 음식점에서 팔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두바이에 자주 짧게 갔다오는 편이었으나...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지금은 두바이조차 못 간지 벌써 만으로 1년 반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 외에도 답답하고 짜증나는 단점이 수두룩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웨이트에서 계속 거주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 것 같다.

 

스위스 가족 여행

 

Work & Life Balance는 중요하다. 짧게 워라밸이라고도 하는데 하여튼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요소이나 사실 한국 직장인 대부분이 아마 (바람과는 달리) 업무 쪽으로 치우쳐 있을 것이다. 물론 쿠웨이트 이곳에도 수많은 기업이 있는 만큼 각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으나 쿠웨이티 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내가 재직하는 회사의 경우 솔직히 Life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져 있다. 물론 기업의 정책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냥 관리가 미비해서라고까지 나는 말한 적이 없다...

근무시간이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점심 시간도 포함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근무시간이 1시간 짧다. 외국인 직원 같은 경우에는 근무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지만 이 나라 직원의 경우 1시간 이상 늦게 출근을 해도 딱히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있으나 지적하지 않음이 더 정확한 표현) 오후 2시부터는 그냥 프리하게 퇴근해도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다보니 모든 직원이 오후 2시 반 정도면 다 퇴근한다. 당연히 야근이라는 것은 없다. 아주 가끔 야근할 게 있으면 보통 승인을 받고 주말에 출근한다. 주말에는 OT를 25% 더 주기 때문이다.

하여튼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한국보다 더 많고 휴일도 일년에 45일 부여하기 때문에 해외 여행도 자주 갈 수 있고 한국도 일년에 한 번씩은 한 달 정도 머물 수 있다. 작년 3월부터 휴가가 계속 누적되어 현재 휴가일이 100일 넘게 있다. 아마 이번 해외 여행은 장기 여행이 될 듯 싶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핑크베리 아이스크림

 

두번째는 한국보다 높은 급여다. 이곳에서 받는 연봉은 한국보다 높은데 세금까지 없기 때문에 세후로는 차이가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아래는 매년 수입을 정리한 그래프인데 이곳에 도착한 2016년 이후로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근로소득 변화 추이 (한국 vs. 쿠웨이트)

 

2006년 - 2015년 (한국 거주) 공제 금액은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이 포함되어 있고 2016년 이후 (쿠웨이트 거주) 공제 금액에는 (소득세는 없으나) 이곳에서 매월 발생하는 월세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2016년 이후 소득금액에는 한국 부동산 임대 소득이 포함되어 있어 차이가 좀 더 나는 것으로 나온다.

가능하다면 이곳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면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외국인 직원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보장은 없다. 당장 내년까지만 다닐 수도 있고 아예 정년퇴직을 여기서 할 지도 모른다. 하여튼 모르기 때문에 요새 들어 플랜B를 생각만 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 문제도 있고 해서 한국보다는 다시 또 다른 나라를 가볼까 하는 생각이다.